[4891] 4891 :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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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지, 방금 화장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은 이후부터 기분이 이상하다.

 살짝 속이 메스꺼워지고 약한 두통이 오기 시작했다. 오기 전에 마신 커피 때문인가 싶었는데 멀쩡한 B를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B와 좌석에 앉아 언짢은 기분으로 광고를 보고 있던 중,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A,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홱 돌렸다. 뒷좌석엔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다른 관객도 몇 있었지만, 크게 소리치지 않는 이상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거리였다. 지금 생각하면 마치 귀 옆에서 속삭이는 소리 같기도 하고...

 

자기야 괜찮아?”

 

 B가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이 이상해 보였던 듯하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면서 내 컨디션은 점점 더 최하점을 찍어가고 있었다. 귀에는 웅웅대는 이명이 들리고 머리는 순간순간 깨질 듯 아파왔으며, 4D 영웅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토할 것처럼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일어섰다간 점심에 먹은 것을 바닥에 모두 게워낼 것 같아서 일어날 수 없었다.

 

 자그마치 2시간 후에 머리에 내용이 들어오지도 않는 영화가 끝이 났다. 중간부터 아예 눈을 감아버렸지만.

 

자기야 왜 그래? 아파?? 사람 불러올까?”

 

 영화가 끝나고 내 쪽을 바라본 B는 내 손을 잡고는 물었다. 지금 내 상태가 남이 보기에도 어지간히도 안 좋은 상태인가 보다.

 스피커 소리가 멎어서인지 울렁거림이 줄어 나는 B의 부축을 받아 겨우 영화관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병원에 가자는 B의 권유에 나는 진통제라도 먹으면 나아질까 싶은 마음에 B에게 약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약 먹는 걸로 상태가 좋아지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하며 매점 의자에 푹 기대고 눈을 감고 있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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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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