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1] 4891 : 평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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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해왔다.


 어릴 때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피아노, 그림, 발레 같은 것들을 해봤지만 그 중에 내가 잘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언제나 친구들보단 약간 뒤떨어지고 혼이 나는 내 모습에 의기소침해져선 그만하고 싶다고 엄마에게 졸라댔지만, 엄마는 자기가 어렸을 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내가 했으면 좋겠다며 그만두게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지독한 이야기다.

 

 내 이름은 B, 지금은 동산 일보라는 신문사에서 취재 기자로 일하고 있다.

 

 딴 건 몰라도 글 쓰는 데에는 재능이 있었던 모양이다. 직업 탓에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사람 한 명 한 명이 모두 개성적이다 보니 결국 나도 평범한 세상의 일원 중 하나 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취재 기자인 만큼 어제까지 타 지역에 있었던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출장을 나가있었고, 어젯밤에 집으로 돌아왔다.

 취재 자료를 정리하면서 연인인 A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바로 내일, 점심을 같이 먹기로 약속했다. A는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으로 가끔은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심적으로 의지가 되는 사람이다.

 A와 만나기로 약속을 한 후에 친구들이 모여있는 메시지 방에 취재에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짤막하게 보냈다. 그 후 한 친구 K가 내가 큰 일을 끝낸 기념으로 같이 만나 놀자는 제안을 해왔다.






















 K는 내가 A랑 만나기 시작한 후에 자기들에게 소홀해졌다며 내가 A가 헤어지고 자기들과 더 놀아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K는 평소에 나를 잘 챙겨주고 나도 정말 좋아하는 친구다. 빈말인 걸 알고 나는 웃어 넘겼다. 생각해보면 요 최근 일이 바빠서 친구들과 만나지 못했다. 나중에 어디 같이 놀러 가자고 권해봐야겠다.

 

 그때, 창문 밖에서 약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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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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