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특별하며 선택 받은 사람이라 생각해왔다.
친구들에게 너무 잘난 체 하는 거 같다는 말을 학생 시절에 자주 들었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으니까. 우리는 모두 세상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다, 라는 내 생각 그대로 친구들에게 말해줬었다. 여전히 재수 없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뭔가 재수 없고 입만 산 놈. 날 잘 모르는 애들에겐 그렇게 불렸지만, 고등학교 때 내 친구를 괴롭히는 다른 반 녀석에게 주먹을 날렸더니 입만 산 놈이라는 별명은 수그러들었다.
내 이름은 A, 지금은 나름 이름 있는 기업의 데이터 센터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앞에서 떵떵거린 걸 생각하면 미묘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내가 하는 일로서 우리 회사가 돌아간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A, 뭔 생각을 하길래 멍 때리고 있어?”
지금 말을 건 사람은 J, 내 직장 동료다. 점심시간 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종이컵에 탄 믹스 커피를 같이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다 자리로 복귀한다.
“내일 주말에 B랑 만나기로 해서 어디 갈지 고민하는 중.”
“아 씨, 괜히 물어봤어 부러워 죽겠네.”
J는 진심 반 장난 반으로 열 받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손으로 머리를 긁어 댔다. 나는 그 모습을 비웃듯이 웃었다.
B는 3년 동안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다. 동산 일보의 기자로 일하면서 자주 멀리 출장을 나가곤 하는데 어젯밤에 돌아왔다는 전화를 받고 나는 화색이 되어 내일 점심시간에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너 같은 놈한테도 여자친구가 있는데 왜 나는..."
"네가 J라서 여자가 안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
"A, 너 이 자식 죽어! 죽어버려!"
J는 앉고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와선 목을 조르는 시늉을 했다. 내가 그 시늉에 크게 웃으며 J의 팔을 붙잡자 인상 쓰던 J도 웃기 시작했다. 오늘은 뭔가 컨디션이 좋다.
분명 최고의 데이트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텔러 : 박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