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얼굴 보니까 너무 좋다.“
A는 내가 레스토랑에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내 가방을 받아주었다. 이곳에서 A를 만날 때 언제나 앉는 자리에 앉았다.
”와인 주문했어?“
”오랜만에 한 잔하면 좋잖아.“
A는 와인 한 잔을 집어 내가 앉은 자리로 살며시 건냈다. 얼핏 봤을 때 평소에 마시는 것보다 품질이 좋아보였다.
“주문은 평소에 먹던 걸로 했는데 괜찮지?”
메뉴판으로 손을 뻗다가 A의 말을 듣고 그만둔다. 처음부터 평소 먹던 메뉴를 먹으려는 생각이었지만 나는 짓궂게 왜 마음대로 결정하냐고 A에게 핀잔을 줬다. A는 내가 장난으로 심술부리는 것을 알았는지 미안하다며 웃어넘겼다.
얼마되지 않아 리코타 샐러드, 알리오올리오, 안심스테이크가 차례로 테이블에 나왔다. A는 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썰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취재는 어땠어? 좋은 소식 있어?”
“안 그래도 그거 관련해서 자기한테 물어보려고 했지.”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 취재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취재의 주제는 인공지능, 즉 AI다. 데이터센터에서 일하는 A에게 여러 가지 질문하기 딱 좋은 주제다. 나는 이번 취재를 나갔던 곳에서 인터뷰한 AI의 설계와 발전 상황, 그리고 직장인 동산 일보의 높은 분들께서 AI에 대해 긍정적으로 기사를 써 달라고 덧붙인 것을 이야기 했다.
“궁금한 건데, 자기는 어떻게 생각해? AI.”
“나야 당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일 때문도 있지만, 인간이 이루어낸 편리함의 집합체잖아. 자기는 어떤데?”
“나는... 글쎄, 좋지도 싫지도 않은 거 같아.”
“중립적이네. 자기도 직업 탓이려나?”
“음, 도구에 무조건 좋은 것, 무조건 나쁜 것은 있을 수 없으니까. 칼이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음식을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나와 A는 AI에 대해 무미건조한 의견을 몇 번 더 주고받다가 식사를 마치고 내가 쓴 기사 초고를 A에게 보여주었다. A는 동산 일보의 요구를 잘 반영한 좋은 글 같다고 이야기 해줬다.
(스토리텔러 : 박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