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1] 4891 : 사람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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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A는 오랜만에 A의 집으로 향했다. A말로는 같이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극장에 올라간지 꽤 지난 끝물 영화라 다음 상영 시간까지 시간이 걸린단다. 때문에 시간 죽이기로 영화관 근처에 있는 A의 집에 들린 것이다.

 A는 영화 본 후에도 다시 집에 와서 하룻밤 묵는 건 어떻겠냐며 나에게 물었다. 난 신발을 벗으며 내키면?” 이라고 으쓱하며 말했다.

 

 A의 집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혹시 지금 년도가 어떻게 돼?”혹시 여기 영화 세트장이야?”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올드한 가구가 많다. 개중에는 작동되지 않는데도 분위기 있다고 쓰레기장에서 가져온 브라운관 TV도 있다. 솔직히 이런 분위기를 싫어하지 않지만, 내가 A와의 결혼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싫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왠지 못 보던 가구가 더 늘어난 것 같은데.”

, 그 의자 나쁘지 않지?”

 

 A는 커피 두 잔을 들고 나와 턱짓하며 비스트로풍의 바 의자를 가리켰다. 역시 가구가 더 늘었다. 나는 A의 손에 있는 커피를 받아 들며 말했다.

 

가장 현대적인 일을 하는 자기 취향이 빈티지인 게 정말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해.”

거기에 로망이 있으니까.”

 

 A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커피 잔을 입에 갖다 댔다. 그의 취미에 대해서 매번 나름 비꼬듯 이야기하지만, 그는 내 말이 나무라는 말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이전에 그가 지나가듯 사람의 냄새가 나는 정겨운 디자인의 가구가 좋다고 말했던 게 생각났다. 정말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 점이 내가 그와 결혼을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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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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