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가 끝난 후, 나는 B에게 같이 영화를 볼 것을 권했다. 예전에 심심풀이로 한 번 본 영화인데, 사람을 좋아하는 B가 좋아할 것 같은 영화 같아 같이 보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상영 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서 B를 영화관 근처에 있는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영화를 본 후 우리 집에서 자고 가지 않겠냐고 장난스러운 투로 슬쩍 물어봤으나 B는 퉁명스럽게 “내키면,”이라고 대답했다. 하긴 피곤할 테니 자기 집에 가서 자는 게 훨씬 편하려나.
“마실 것 좀 내올게. 커피면 되지?”
B는 짧게 긍정하는 대답을 하곤 거실을 구경했다. B는 내가 사는 집의 인테리어가 신기한 모양인지 매번 거실을 살피곤 한다. 친구들에게도 “너 대체 몇 년도에 사는 거냐?” 같은 소리를 듣곤 하지만, 너무 현대적인 인테리어는 직장이 생각나서 내키지 않는다.
나는 부엌으로 들어가 커피를 내릴 물을 끓여 갈아 놨던 원두로 커피를 내렸다. 커피를 들고 나오는데 새로 들여온 의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의자는 친구가 카페 사업을 정리하면서 선물해 준 의자였다.
“가장 현대적인 일을 하는 자기 취향이 빈티지인 게 정말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해.”
B는 내 손에서 커피를 받아 들며 말했다. 취향이 빈티지라기 보다는 사람 냄새가 나는 가구가 좋은 거지만, 이런 가구들은 사람들에게서 받아온 애정이 느껴져서 그 느낌에 아늑함을 느끼곤 했다.
(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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