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게 떠오른 의식 속에서 들린 것은 사이렌 소리였다. 아마 B가 구급차를 부른 모양이다. 나 그 상태로 기절했나 보구나.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사이렌을 자장가 삼아 다시 잠들었다.
“30대 ...! 발작을 ...! 의식을 잃은 지 ...분 되었고... 병력은...”
“...마스크 가져와..! 혈압... 확인하고...!”
흔들거리는 들것과 시멘트에 굴러가는 작은 바퀴 소리. 병원의 소독약 냄새, 유난히 밝은 전등, 분주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꿈을 꾸듯 느껴졌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나는 병원 침대에 있었다.
“안녕하세요 환자분. 몸 상태 괜찮으세요? 제 목소리 들리시나요?”
한 의료인이 내가 눈을 뜬 것을 보고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까지 죽을 듯이 아팠었는데 지금은 쓰러져서 병원에 온 것 치고는 온몸이 개운했다. 병원에서 어지간히도 치료를 잘해준 모양이다.
조금 기다리니 멀리서 B가 의료인과 함께 나에게 다가왔다. B는 내 손을 잡고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B의 얼굴에는 그새 피곤함이 가득해졌다. 쓰러진 나를 무척 걱정한 모양이다.
“미안해, 별거 아닌데 응급실까지 오게 만들고.”
“별거 아니긴, 자기 쓰러졌을 때 모습 보면 누구라도 119 불렀을 걸.”
“그 정도였어?”
나와 B는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의료인의 말대로는 상태 회복이 빨라서 바로 집에 돌아가도 좋다고 했다. 내가 쓰러진 원인은 과로와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이란다. 과로를 한 기억은 없지만... 그러려니 하며 나는 B와 집에 돌아왔다.
B는 내가 걱정되는 듯, 오늘 집에 하룻밤 묵고 가겠다고 했다. 자고 가라는 말은 장난으로 했던 건데, 어쩌다 보니 말이 씨가 되어버렸다.
(스토리텔러 : 박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