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는 나와 함께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침대에 눕혔다. 지금은 상태가 나쁘지 않지만... 병원에서 보았던 B의 표정을 떠올리고 얌전히 누워있기로 했다,
“배고프지? 혹시 집에 먹을 거 있어?”
그러고 보니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영화관에서도 B가 남긴 음식들을 먹을 여유 같은 건 없었고. B의 질문 하나로 배가 서서히 고파지는 것 같았다.
“음, 빵이랑 냉장고에 계란이랑 과일이 조금 있을텐데... 프로틴도.”
매일 아침 메뉴로 사용하는 재료다. 프로틴 셰이크까지 아침에 먹어두면 점심까지 든든하다.
“아픈데 빵으로 저녁을 때우긴 좀 그렇잖아. 마트 문 닫기 전에 밖에 나가서 뭐 좀 사올게.”
B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곤 가방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 B와 함께여서 다행이었다. 오늘 B와 만나지 않고 집에 있었다면 응급실에 가지도 못했겠지. B에겐 깊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나는 숨을 크게 쉬고 눈을 감아 B가 마트에 다녀올 때까지 짧게라도 잠을 청했다. 그런데 방문 밖에서 하얀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게 닫힌 눈꺼풀 너머로도 느껴졌다.
B가 거실 불을 안 끄고 나갔나?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 이상하다.
문밖의 하얀 빛은 깜빡, 깜빡거리며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거실 천장등이라기엔 빛이 너무 약했다. 집에 저런 빛을 내는 물건이 있었나?
나는 슬며시 침대에서 나와 천천히 거실로 향하는 방문으로 향했다.
(스토리텔러 : 박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