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1] 4891 : 응급실

   


(←이전이야기)


 약을 들고 A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는데, A는 목이 약간 굽어진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때는 잠든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알 수 있었다. 그는 잠든 게 아니라 기절한 것이라는 걸. 눈이 감겨있는데도 발작처럼 몸이 떨리는 그를 보고 급히 핸드폰을 들어 119를 불렀다.

 

 그 이후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눈을 떠보니 응급실이었다. 난생 처음 구급차를 타보고 난생 처음 응급실에 와봤다. 이런 경험은 가족들 때문에 할 줄 알았는데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의료인의 말에 따라 응급실 밖 의자에 앉아있는데, 방금 봤던 의료인이 환자가 깨어났다며 들어와도 된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나는 그 말에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는 의료인의 안내를 따라 A가 누워있는 침대로 향했다. 의료인은 현재 A의 몸에 큰 이상이 없으며 원한다면 언제든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했다. 나는 침대 옆에 앉아 A의 손을 붙잡았다.

 

미안해, 별거 아닌데 응급실까지 오게 만들고.”

별거 아니긴, 자기 쓰러졌을 때 모습 보면 누구라도 119 불렀을 걸.”

 

그 정도였어? 라며 A는 실없이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없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맞잡은 손에는 온기가 느껴졌다.

상태가 안정된 것이 확인되자 A는 당일 퇴원을 하게 되었다. A의 걸음걸이에는 여전히 힘이 없었지만, 그래도 영화관에서처럼 불안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늘 처음 A의 집에 왔을 때 A가 권했듯, 나는 A가 또다시 이상 징후를 일으킬까, 오늘 하루 곁에서 머물기로 했다.


(다음이야기→)



(스토리텔러 : 박채은)

본 저작물의 모든 권리는 박채은에게 있습니다. (Ⓒ박채은,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