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를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시간이 거의 9시가 지나가는 것을 깨달았다. 안심한 탓인지 배가 점점 고파오기 시작했다.
“배고프지? 혹시 집에 먹을 거 있어?”
“음, 빵이랑 냉장고에 계란이랑 과일이 조금 있을텐데... 프로틴도.”
“아픈데 빵으로 저녁을 때우긴 좀 그렇잖아. 마트 문 닫기 전에 밖에 나가서 뭐 좀 사올게.”
나는 간단하게 짐을 챙기고 근처에 있는 마트로 향했다. 닭고기 육수, 닭 반 마리, 당근, 셀러리, 양파. 닭고기 수프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차례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혹시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꿀과 레몬도 하나씩 장바구니에 넣었다.
어릴 때 부모님 둘 다 바빠서 감기 걸린 날에도 딱딱한 빵을 대충 먹었었지만, 가끔 이런 식으로 챙겨줄 때 참 기뻤는데.
나는 두둑해진 짐을 들고 A의 집으로 돌아왔다. “나왔어―”라고 방 안에 있을 사람에게 귀가를 알렸다. 그리고 방 안에서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 이상하다.
A가 잠들어있는 것 치고는 집 안에 아무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장 봐온 것들을 식탁에 올려두고 빠르게 A가 잠들어있기를 바라는 침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 앞에 섰을 때. 침대에 아무도 누워있지 않은 걸 알았다.
나는 혹시 A가 그새 어딜 나간 건가 싶어 신발장을 살펴봤지만 A가 신었던 신발은 그대로 있었다. 신발장에도 누군가 손을 댄 흔적 같은 것은 없었다. 결정적으로 A의 휴대전화가 침대 옆의 수납장에 그대로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서둘러 밖을 나와 A의 집 근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112를 내 손으로 부른 것도 오늘이 난생 처음이었다.
(스토리텔러 : 박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