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1] 4891 : 그러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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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10분도 채 되지 않아 A의 집에 도착했다. 나에게는 거의 1시간처럼 느껴졌지만.

 경찰들에게 A의 실종 사실과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 시간을 알려주니 너무 성급히 실종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듯 약간 시큰둥한 얼굴이 되었지만, 그가 오늘 발작으로 쓰러졌었고 응급실에 갔었으며 신발과 휴대전화가 그대로 집에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해주자 점점 분위기가 진지해졌다.

 경찰들은 나에게 A의 신체적 특징이나 그의 사회 관계, 자주 가는 곳 등을 물어보고 같이 찍은 사진이 있냐고 물어보며 나에게서 A의 사진을 받아 갔다. 한 경찰이 나를 위로하며 분명 근처 CCTV나 블랙박스에 A의 모습이 찍혔을 것이며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부디 안심하고 집에 돌아가셔도 된다면서. 그 말을 듣고 나는 조금 안심했었다.

 

 그러면 안됐는데.

 

 하루, 이틀이 지나도 A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가 사라진 지 사흘 정도 되었을 때 경찰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그를 찾았을 거라 기대했지만, 여태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겠다는 소식이었다.

 CCTV도 블랙박스도 그 어떤 단서도 없다니. 누군가에 의한 주도 면밀한 납치 사건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A가 사라진 이후 그가 발작하며 기절했던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어디선가 발작이 재발해 손 쓸 수 없는 상황까지 갔으면 어떡하지,

그때 내가 마트에 가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빨리 돌아왔다면,

                 응급실에서 퇴원하지 않았으면,

영화 같은 거  보지 않았으면,

                                                                                                                                                    밥만 먹고 헤어졌으면,

                           만나기로 하지 않았으면,



 분명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가 그의 실종에 일조한 것 같아서. 닷새 정도 지났을 때 A의 부모님과 주위 사람 모두에게 실종 사실을 알렸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사실 그 일은 내가 했어야만 했던 건데, A의 실종을 신경 쓰지 않기에는 각별한 사이었고, 그의 가족이나 지인들의 연락처를 알기에는 미묘한 사이였다.

 

 나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여태 걱정할까 봐 말하지 않았던 A의 실종 소식을 내 친구들에게도 알렸다. K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며 만나자고 간곡하게 물었다. 그 후 한 카페에서 K를 포함한 세 친구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눈물이 나왔다.

 

 A가 실종된 지 일주일이 되었을 때 경찰에게서 A의 실종을 장기 실종 사건으로 전환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계속 수사를 진행할 것이지만, 부디 마음의 준비를 해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소식을 듣고 울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고 심적으로 지쳤다. 조용히 알겠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노트북을 열어 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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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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