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흰 장미를 6송이 부탁했다. 이 방금까지 말이 많고 싹싹하던 꽃집 주인은 흰 장미의 의미를 어느 정도 알아챘는지 아무 말 없이 예쁘게 포장을 해줬다.
그 사건은 어느 정도 화제가 되어 헤드라인까진 아니더라도 기사로 쓰여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알려졌다. 동산 일보는 나에게 제법 오랜 시간의 휴가를 줬다. 덕분에 오늘은 A에게 찾아갈 수 있었다.
흰 장미의 생생한 향기를 맡으며 A에게 찾아가는데, 그의 앞에 어떤 사람이 서 있었다. 누구지? 장례식에선 못 본 사람인 거 같은데.
내가 곁에 다가가자 그 사람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겉보기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 혹시 A의 친구 분이신가요?”
“친구, 는 아니지만 예전에 A 씨에게 큰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서요.”
A의 묘에는 화려한 색의 꽃이 놓여있다. 싱싱한 것을 보아 이 사람이 놓아준 것 같다.
“그럼 저는 이만. 고인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나는 돌아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
뭘까, 분명 만난 적 없는 사람인데 이상한 기시감이 들었다.
(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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