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1] 4891 : 절대 잊지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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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서에 다녀온 후로부터 얼마 후, A는 실종됐었던 사람 같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다. 친구들과 부모님에게 안부 인사를 돌렸으며 이웃들과 다시 친근하게 지냈다. 평일에는 출근을 했다. 듣기로는 무단 결근 때문에 엄청 혼이 난 것 같지만, 다행히 해고는 면한 것 같다.


·     ·     ·


 주말이 되고 나는 오랜만에 A와 만나기로 했다. 그 일 이후로 우리는 더 각별한 사이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일방적으로 내가 들이대는 경우가 늘어났다. 정작 A는 이제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요상한 분위기가 될 때마다 나를 밀어냈지만.

 A와 팔짱을 끼고 골목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길 앞에 딱 봐도 험악해 보이는 남성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뒤로 돌아가려 하는데 뒤에도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이 2명 정도 뒤를 지키고 있었다. 눈치채지 못했는데 우리를 계속 쫓아온 것 같았다.

 큰일이다. A에 관한 것만 생각하다가 알아채지 못했다.

 

 저쪽은 무언가 원하는 걸 말하지도 않고 큭큭대며 웃어댔다. A는 위험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나를 팔로 감싸며 뒤에 숨겼다. 하지만 뒤에 있던 다른 한 명이 칼을 들고 나에게 돌진해 왔다.

 

 겨우 다시 A랑 만났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푸욱.

 

 칼이 단단한 것에 꽂힐 때 나는 소리가 났다. 그런데 내 몸에선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떠보니 A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배에서는 붉은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나는 쓰러지는 A를 붙잡았다. 피가 무서울 정도로 흘러나와 A가 입고 있는 옷을 흥건하게 적셨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들어 1, 1, 9를 눌렀다. 떨리는 손 때문에 하마터면 118로 전화할 뻔했다.

 신호음이 몇 번 들리더니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119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A... A가 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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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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